개봉으로 가는 침대기차
161004, 개봉과 낙양 여행의 시작.
스페인 호텔 트레인의 추억을 떠올리며 구입한 딱딱한 침대칸.
중국에서의 첫 나홀로 여행이라 설레고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내가 몸을 뉘인 곳은 최상단으로, 천장이 낮아 똑바로 앉기도 힘들어서 자리 정리를 하고 잠들기 전까지는 1층 침대에 앉아있었다.
1층 침대에는 상해에서 아들과 손자를 만나고 서안으로 돌아가는 노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나에게 선선히 침대 끄트머리를 양보했다.
나와 자리를 교환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말을 통역해주던 이와 좀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았다.
귀주 사람인데 국경절을 맞이해서 집에 갔다가 남경에서 친구를 만나고 서안의 대학교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그 친구로부터 운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나는 중국어를 못하고 그 친구도 영어가 짧아서 자세한 대화는 나누기 어려웠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삶을 어렴풋이나마 엿보게 되는 순간 자체가 특별하다.
3:30경, 개봉 도착.
오랜만의 여행에 따라오는 긴장감이 반갑다.
담배연기, 덜컹대는 기차 소리.
애써 잠을 청하며 누워있다 보니 아직 깊은 밤인데 카이펑, 이라면서 역무원이 나를 깨워 표를 교환한다.
남경에서 개봉까지 8시간 쯤.
그동안 두어시간도 채 못 자고 선잠에 들었다 깼다를 수십번 반복했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다만 걱정이 되어 공연히 워커 끈을 단단하게 묶는다.
1층의 할아버지에게 在见하고 인사를 한 뒤 기차에서 내리니 작고 을씨년스러운 역이다.
같이 내린 몇 안되는 사람들은 다 남루한 행색에 자기 몸보다도 큰 짐꾸러미를 들고 내리는 사람들이다.
그들 사이에서 내가 몹시 튄다는 것을 알고 힐끔힐끔 시선을 받는 게 싫어서
부러 걸음을 늦춰서 느지막이 캄캄한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뒤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철문을 쾅 잠근다.
6시 이후에 버스가 다닐 때까지 어딘가 실내에서 기다릴 요량이었는데 앞을 보니 카이펑 역 앞에는 촌스럽고 벌건 호텔간판들 몇 개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한국 어느 시골의 외진역에 덩그러니 떨어진들 이만큼 막막할까? 말도 안 통하는 땅에서.
역을 나서자마자 누런 이를 하고 달라붙는 십여 명의 호객꾼들을 못 본 체, 못 들은 체 하고 무작정 앞으로 몇 걸음 걸으면서 고민했다.
어디서 남은 세 시간을 버티지? 하다가 결국 다시 역으로 발걸음을 돌려 티켓사는 곳으로 갔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안에는 밤이슬을 피하는 노숙자들이 내가 들어서자마자 일제히 쳐다본다.
도저히 머물 곳이 없어보여서 대합실 쪽으로 갔다.
중국 기차역 대합실에서 대기하려면 역무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 검문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당장 탈 기차표는 없었지만 앞에서 검사하는 아저씨의 동정심에 빌어보기로 했다.
말도 안되는 중국어로 사정하자 아저씨가 귀찮다는듯이 들여보내준다. 어쨌든 황량한 바깥이 아닌 것에 몹시 안도했다.
사람들이 보이자 그제서야 긴장을 약간 풀고 언제 초조했냐는 듯이 컵라면과 과자를 까먹으면서 동선을 확인하고 있자니 피로가 느껴진다.